한 소년이 선생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그러나 아이는 이내 선생님의 남자친구와 맞닥뜨리게 되고, 질투를 느끼며 결투를 하자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아기자기한 단편 영환가 보다, 하면서 봤다. 그런데 경찰 아빠를 뒀다는 이 소년은 별안간 결투에 권총을 들고 찾아오고, 여기에 선생님의 제지도 먹혀들지 않으면서, 영화는 은근히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뭐 그래도 결국 마무리는 가볍게 지어지는 편이다. 남자친구는 총 앞에 선생님을 버리겠다고 말하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 총은 장난감 총일 뿐이었고, 선생님은 남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껴 떠나며, 아이도 선생님과 함께할 수는 없다는 걸 인식하고 마음을 접는다. 무난한 마무리.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선생님의 남자친구는 상당히 불쌍한 느낌이다. 선생님은 남자친구가 죽음도 불사하고 자신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말하길 바랐던 건지? 그러면 그건 되레 무책임한 일이 아닌지? 약혼이라는 미래를 약속한 책임이 있는 상태에서 융통성 없이 굴다가 죽어버리는 것만이 진짜 사랑인지? 일단 말은 선생님을 버리겠다고 한 뒤 아이에게 총을 내려놓게 하고 아이를 제압, 경찰에 연행시키고 나서 선생님과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닌지. 그게 약혼까지 한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가장 책임감 있는 모습이 아닌지. 아무리 봐도 남자친구만 불쌍하게 된 것 같다. 결국엔 그냥 그 생각밖에 안 든다.
원제: The Crush
국가: 아일랜드
감독: 마이클 크레이 (Michael Creagh)
연도: 2010년
길이: 15분
관람경로: TV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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