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누구든 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제목, 설정을 접하면 그 신선함에, 비록 그 정도가 약간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종의 충격 비슷한 감정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독특한 설정이니까.

 

그런 설정 때문에, 보기 전, 감도 안 잡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독특하고 튀는 분위기의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까 그건 전혀 아니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듯. 독특하다기 보다는 차분하고 화사하며, 재미있는 동시에 진중하게도 느껴지는 영화였다.

 

 

존재감 없이 무시만 당하며 살던 한 남자가 자기 집에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우연히 들어온 것을 계기로 부엉이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팬더 옷을 입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통해 차츰 내면의 변화를 겪는지, 시간이 지나자 부엉이 옷을 벗고 당당한 인물로 변모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는 떠나버린다. 알고 보니 여자는 남자가 자주 들르던 애완동물 용품 가게의 지하에서 자기만의 지하세계를 구축하여 살던 사람으로, 영화는 결국 그녀 역시 가면을 벗고 지하에서 나와 둘이 본래의 모습으로 서로 만나며 마무리된다.

 

사회에 녹아들 수가 없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온몸을 뒤덮어 자신을 새로이 치장하는 가면을 쓰지만, 그렇게까지 함에도 아무도 존재를 알아 봐주지 않아 괴로워하던 인물이, 정작 모든 것을 벗어던지니 사회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로, 엉뚱한 설정들을 활용하기는 했어도 꽤 직접적이고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였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전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몰며 그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식인 것 같아 상당히 찜찜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래도 보편적으로 보자면 이 영화가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유의미한 교훈으로 다가가기는 할 게 분명할 듯싶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누군가에겐 삶의 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따뜻하고 소소하면서도 은근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

 

(그런데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기도 한 게, 영화의 반전에 관한 것. 사진에 찍히지 않는 것을 통해 귀신임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팬더가, 결국엔 또 사실 실재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결말은, 정말 납득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납득 불가능한 부분을 따지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기는 하겠다만.)

 

그러니까, 설정은 독특했어도 주제는 다소 평이했던 영화로, 정리하자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길 좋아하는유형의 사람에게라면 특히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듯한 영화였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적응을 못 하는 사람에 대해, 근거 없이 무턱대고 '자기 스스로를 바꾸자' 생각하라는 건 정말, 난 절대로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단순 부적응의 경우 문제의 원인은 그 개인이 아닌 사회에 있는 경우가 상당하니까. 그냥 독특한 설정과 따뜻한 색감만 기억해야 할 듯.

 

원제: Hibou

국가: 프랑스, 캐나다

감독: 람지 베디아 (Ramzy Bedia)

연도: 2016

길이: 83

관람경로: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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